얼마전 부처님오신날,호두군단은 세 살이 되었습니다.공방을 날아다니던 아기 고양이들은삼 년동안 왠만큼 자랐지요.왠만큼 자랐다는 말은안 움직인다는 말입니다.다 자란 고양이가 바삐 움직이는 일은 없어요.이들은 하루 20시간 정도 자고깨어있는 4시간은눈을 뜨고 있다, 정도의 움직임을 보입니다. 자는 상태 깬 상태 집에 고양이가 없으시면이런 정적인 상태를 상상하기 어려우시지요.가장 비슷한 모습을 떠올리고 싶으시다면집 안의 강아지, 나무 위의 다람쥐,그런 것 말고테이블 위에 올려둔주전자를 생각하시면 됩니다.그 쪽에 훨씬 가까워요.그렇다면 차분하니 좋은게 아니냐 싶겠지만이 주전자가 자꾸바닥에 굴러다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휴식시간에는 이들을 넘어다니느라일할 때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해요. 세시간째 이상태 황혼에서 새벽까지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호두군단들 덕분에공방의 사무실은말 그대로 지뢰밭입니다.고양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기에 캣타워도 사줬는데왜들 이렇게 바닥을 굴러다니는 건지영문을 알 수가 없습니다. 낀다고 좋겠냐고 이러나 저러나(끼거나 말거나)이만하면 큰 탈없이 잘 자랐다 싶어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잘할 수도 없는 영역이적당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요.이런 흐뭇한 이야기들은 사실한 발 물러선 사람의 입장이라 그런 것일 뿐호두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일을 맞아,한 살 시절과 오늘의 모습을 찾아봅니다.그들에게도 좋은 시간이었기를.향후 십수년이 그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