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사올 때,경황이 없는 와중에 임시로 관우의 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 줄이 짧은듯하여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던차에 최근에 놀러온 친구가 너무 고양이만 돌보는거 아니냐며"관우도 밥은 주는거지?" 라고 걱정스레 물어보아 천근이던 마음이 천만근으로 무거워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관우의 집을 옮기기로 했어요. 정원에 관우 집을 놓으려니 풀이 허리까지 자라있어예초기를 사러가니 28만원.만물상에서 이렇게 위축되어보기도 처음. 별 기능도 없어뵈고 생김새도 후줄근하여 우습게 생각했던 예초기가관우를 열 마리 팔아도 못 사고나를 스무 명쯤 팔아도 못사는 고가의 첨단 장비일 줄이야. 갑자기 세상 모든 풀베는 어르신들이 새삼 대단해보입니다. 심지어 예초기를 창고에 던져두는 배포라니. 앞집 형님께 예초기를 빌리자는 소극적 행동가 보스를 밀어낸 자는 다름 아닌 전설의 낫질가, 풀 슬레이어,눈만 마주쳐도 풀이 알아서 쓰러진다는 극강의 밀림 훼손자 애프터문의 찰리입니다. 찰리가 낫을 들고 나선지 30분, 우수수 쓰러진 풀들, 삼대를 멸하다시피 뽑혀나간 잡초들,그리고 자신이 풀을 다 벤듯(응?)늠름하게 평원에 서있는 몹시 뻔뻔스러운 보스. 보스가 풀을 다 벤줄 아는 바보 관우 이들을 지켜보는 찰리의 슬픔은물에서 건져놓은 왕자와 이웃나라 공주를 지켜보는 인어공주의 감정과 비슷합니다. 마녀를 찾아가 혀를 팔아야할까이왕 혀를 팔거면 예초기도 달라고 할까.가구를 많이 팔아서 예초기 살 생각은 못하고 그저 혀를 팔 생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