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낳은 엄마와너와 닮았을 아빠를 나는 알지 못한다.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어디에서 태어났는지알지 못한다.⠀⠀걸음마를 배우던 모습은 어땠을지처음 짖는 목소리는 어땠을지내리는 눈을 처음 본 표정은 어땠을지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나는 네가누구도 해치려들지 않아조그만 개들에게도 물린다는 사실을 알고 빵빠레 아이스크림과눈내리는 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며 6년째 억지로 약을 먹이는 손을장난으로라도 깨문 적 없음을 알고⠀⠀ 어린 관우, 연이와 열무에게,이름모를 수많은 길위의 개들에게기꺼이 밥그릇을 내어준 것을 알며⠀⠀ ⠀ ⠀이제네가세상을 떠난 날도 알게 되었다.⠀⠀⠀ ⠀⠀ 생의 시작과 끝을 모두 아는 인연이살면서 몇이나 있을까.스쳐가는 인연으로 너를 만나둘 중 하나라도 가질 수 있다면나는열 번도백 번도 후자이기를.⠀⠀ 그 커다랗던 네가이토록 작은 함에 담긴 것을또 보게 되더라도,그리하여이토록 미어지는 마음을또 겪게 되더라도 ⠀⠀⠀백 번도천 번도후자이기를. ⠀⠀⠀ ⠀⠀이번 생에 만난가장 무해한 생명체.잘 가라, 상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