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개업 선물로펜접시를 만든 적이 있었지요.이후 문의도 많고 실제로 예쁘기도 하여,홈페이지에서 정식으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만들었을 땐이런 것을 뭐라 부르는지 몰랐다지요.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리에게사무직에 종사했던 사만다가혀를 쯧쯧하며 알려주었습니다.이것은 펜사라, 라 부른다고.설마 그럴리가.이것이 뭐 개화기의 소품인가.기묘한 2개 국어의 조합을 들은 우리는마음 속으로 조용히사만다를 불신하기 시작합니다. 사만다가 또박또박 알려줌에도 불구하고굳이 다들 열심히 찾아봅니다.펜접시, 펜트레이, 펜슬트레이, 펜케이스 등여러 명칭으로 불리고 있어요.명칭이 여러 가지라는 것은, 딱 정해진 이름이 없어서맘대로 부른다는 뜻이겠지요.우리는 애프터문, 이라는 이름이 있지만애프터눈에프터문에프터 (응?)등등으로 맘대로 불리고 있...... 부드러운 호두나무를 파서황동으로 장식을 박아넣고뒷면까지 단정하게.연필이 네 댓자루 여유있게 들어가는 크기입니다.기를 쓰고 끼워보면여섯 자루도 들어가겠지만...꼭 그러셔야겠습니까.기를 쓰는 이도,결과물도 흉해보일 수 있어요. 사방에 굴러다니는모든 펜 종류를 모아 한 자리에 놓아보면펜이 몹시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그 많은 것들 가운데에자주 쓰는 것은 정해져 있겠지요.휴대폰의 수많은 연락처 중아끼는 이들이 아주 소수인 것처럼.1/n로 흩어져 있을 때에는잘 보이지 않지만,가만히 앉아 정리를 하다보면금방 알아차리게 됩니다.1/n 정도로 여길 수 없는 것들,조금 더 마음 써서 챙겨야할 이름들,사라지면 금세 아쉬워할 소중한 무엇들.아직 곁에 있을 때좋은 자리를 내어주고충분히 아끼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