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는 세상에서 비행기가 제일 무섭습니다. 적대적 아우라그런 줄 모르고보스를 데리고 파리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노크하듯 벽면을 톡톡 두드려보더니아무래도 너무 얇은 것 같다고 울상이 되더군요. 비행기가 날기 시작하자날개가 펄럭인다고,저러다 부러질 것 같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재앙적 자리배치보스는 12시간동안 약을 먹여도 안 자고,술을 먹여도 안 자고날개만 노심초사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레이저를 쏘면 괜찮던 날개도 타버릴 것 같은데. 비행의 즐거움, 밥차가 왔지만 팔걸이에서 손을 뗄 수가 없어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땀을 뿜어대는 손바닥으로두 개의 팔걸이를 부들부들 잡고 있었어요.저는 보스를 안심시키고자잡으나 안 잡으나 추락하면 다 죽어요, 라고 말했지만 썩 위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 보살핌이라도 에너지가 드는 법이죠. 착륙 1시간을 남겨두고 방전된 저는 기절하듯 잠들어버렸고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다시 상승하고,비명이 들려오고, 여기저기서 기도를 하고,그것을 몇 차례 반복했다고 하지요.기절 잠을 자는 사람이 그것을 알 리 없기에 홀로 운명의 난기류를 마주한 보스는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의미를 절감하며팔걸이를 잡고 울었다고 합니다. 너만 아는 난기류-제주에 간다고 하면 보통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탄다,이렇게 상상하시겠지만보스의 경로는 다릅니다. 하루 먼저 출발하여 차를 몰고 남해 바다에 가서부두 옆 여인숙에서 잔 뒤다음날 배를 타고 제주에 갑니다. 비용도 어마어마하고가는데만 장장 1박 2일이 걸립니다. 제주에서 가구를 받으셨던 분들은제주까지 배송시스템을 갖춘 애프터문,이어서가 아니라비행공포의 수혜자였던 것이지요. 제주에 가는 가장 먼 길그런 보스가일년에 한 번씩 일본에 갑니다. 보스의 비행공포를 아는 친구들은작년, 배로 가는 경로를 예약하여다함께 다녀올 수 있었지요.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올해는 보스가 비행기를 타보기로 했는데요.그 약속 이후 시도 때도 없이, 보이는 모든 이에게비행기는 어떻게 타냐는 질문을 합니다. 혹시 비행기를 몰고 가는 걸로 생각하는가,앉아있기만 하면 된다는 걸 모르나.그러라고 있는 좌석-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은익숙한 두려움을 넘어서게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귀한 여행은 비행기 탈 엄두를 내게 하고,그 곳에서 보낸 좋은 시간들이비행의 악몽을 잊게 하고,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조금씩삶의 반경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겠지요.혼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할 일들,혼자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을 일들,그 곳으로 한 걸음 뗄 동기가 되는 소중한 존재들.그들은 친구, 연인, 가족, 함께 사는 존재 등여러 이름으로 불리겠지만이름이 어떠하든,개인의 세계를 작게 크게 바꾸어놓는더없이 귀한 존재들이죠. 지금까지의 세계 역시 하나하나의 걸음들이 이어진 결과물,그 걸음걸음 손잡아준 이들의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