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요즘,애프터문 사람들은텃밭에 무엇을 심을지 행복한 고민중입니다. 올 봄에 심겠다고 야심차게 작성해놓은 목록을 보니공방도 다 밀고 밭을 만들 기세예요.소도 한두마리 살 기세.초록빛 텃밭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저들을 지켜보는 저의 심정은 착잡합니다.어쩌자고 모두들 작년의 흉작을 잊어버린 걸까요. 작년 우리는만 개쯤 파종한 바질의 싹을 하나도 보지 못하였고미니양배추는 잡초와 싹을 구별할 수 없어 잡초와 싹을 다함께 키웠지요.(쑥대밭이었다는 얘기입니다.)딸기는 개미에게 상납하였고완두콩의 싹은정글에 묻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런 흉작의 결과를 모조리 잊다니,겨울이 긴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흉작의 영웅들무의미한 의논영웅들의 활약에도 끝내 살아남은 작물들은 생존의 환희에 들뜬 나머지폭발적인 성장세로 우리를 부담스럽게 했습니다. 내가 토끼인지 토끼가 나인지 모를만큼하루 세끼 열심히 풀을 먹어도다음날 출근해보면 푸성귀들이 리셋되어 있었지요. 만 개의 바질 씨앗이 발아했으면 어쩔 뻔했는지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아름드리 상추나무 영생의 루꼴라푸성귀는꽃이 피면 맛이 없어 못 먹는다고 하지요. 그래서 먹지 않더라도 제때 잎을 잘라주고꽃대가 나면 얼른 없애줘야 합니다. 그러나 부추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누가 알았습니까. 한 잎 한 잎 피어오른 고운 꽃대를 보니우리 좋자고 댕강 자를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그다지 비옥하지도 않은 토양에서저토록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내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그렇게 열흘쯤 지나니부추꽃 대잔치화단인지 밭인지 모를 형세가 되었습니다.암만 봐도 부추는 관상용인 것 같아요.난 키우는 마음으로 부추를 키우니부추꽃은 꽤 오래 피어있어서여름까지 아름드리 꽃을 즐겼습니다.농사의 결실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하나하나 씨앗을 심고 싹을 기다리는 일도,잎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지켜보는 일도그 자체로 흐뭇할 때가 많습니다. 기대치 않았던 꽃을 맞닥뜨리는 일도 그렇지요.싹난 것 보셨어요,가 하루의 인사가 되는 따사로운 계절.결과가 어떻든땅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겠습니다.또 과욕 작물을 먹어 없애려는 부던한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