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다 만들어 포장까지 마친 뒤에도,보스는 그 위에 작은 연필 하나 못 얹게 합니다.지문이 남을까봐 손으로 만지지 못하게 하고 뒷면이라도 스크래치 나면 안 되기에처음부터 만드는내내강박적일만큼 신경을 씁니다. 공방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드라마 협찬건이 있어소장하고 있던 가구를 보낸 적이 있어요.수십 개의 가구를 이삿짐처럼턱턱 싣고 가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쿵,돌아오는 모습에 또 한 번 쿵.절대로 가구를 그렇게 보내지 않겠노라 다짐하여이후 여러분이 만났던 배송기사는 대부분보스였지요. 스크래치, 얼룩, 자잘한 상처들은가구를 쓰다보면 당연하게 생깁니다.쓰는 이의 흔적을 안고 우아하게 나이드는 것이원목 가구의 매력이지만가구를 가져가 포장을 열고기다려온 것을 마주하는 순간,그 때가 시작이어야 하기에흔적은 우리가 남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