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하게 넘어가는 오후의 햇살은정오의 햇살처럼 사물의 구석구석을 비추지 않고그저온전한 테두리를 눈부시게 장식한다. 속속들이 알지 못하여 남겨진 엷은 공백,그 공백을 메우려는 열렬한 노력을사랑의 태도라 믿은 날들이 있었다.애씀의 피로에 지친 눈을 비비며이것이 내 정직한 사랑의 부산물이라 여긴어리고 외롭던 긴 밤들.녀석들을 본다.설명하려 애쓰지 않고이해받으려 애쓰지 않는 존재들.오후의 빛을 듬뿍 받으며 웃고 있는저 다정한 개체와 나 사이에 머물러 있는채울 수 없는 공백의 자리를 본다.우리는 말로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하여 우리의 공백은 끝내언어로 오염되지 않을 것이다.다행히 우리는 끝내서로 다 안다고 착각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상상으로 그 자리를 채우고,너는 너의 마음으로 채운다.날선 말 없이 따뜻하게,변명 없이 정직하게,아낌없이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