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함께 자란 나무들을 기억한다.봄이면 벚꽃을 피워 올리고가을이면 무수한 낙엽을 떨어뜨리던아름드리 큰 나무들을 기억한다.몇 해 지나 하루 이틀 사이 베어져 버리고아파트가 지어졌던 그들의 자리들도. 여러 해가 지나도록 그 아파트를 볼 때면수십 년 동안 그곳에 서 있었던 나무들이 생각났다.내 유년기에 분홍빛 꽃잎을 뿌려주던 그들은오랫동안 참으로 아름다웠는데사람이 지어 올린 것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우리가 책상을 만든 나무는 몇 년을 살았을까.모르긴 해도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 것이다.어쩌면 나의 할머니보다 오래 살았을지도.그런 생각을 하자면목수가 나무에 갖출 수 있는 마지막 예우는누군가의 유년기,누군가의 추억이었을지 모를 이들의 마지막이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 남게 하는 것이 아닐까. 목재로 가공된 뒤에도촘촘히 머금어온 수분이 날아가기까지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 까닭에생을 다한 뒤에도 공기와 습도에 반응하는이 아름다운 세포 덩어리로부터당신의 마음이 쉬이 가시지 않게 하는 일,그것이 전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