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사무실 가운데에는 고장난 김치냉장고가 서있습니다. 버리려고 끄집어내다가 힘들어서 잠시 세워두었는데다시는 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점령 사수 저게 뭐 무겁다고, 어쩌자고 저런 자리에 두고 쉬었던 건지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그래서 냉장고는 석달째 저런 자리에 대뜸 서 있습니다. -공동으로 여럿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는사물에 자리를 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냉장고는 포기하더라도드라이버는 여기, 망치는 여기,밴드와 소독약은 여기, 이런 식으로. 위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사용이 끝나면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는 약속이 암묵적으로 지켜지지요.함께 사는 일은 보통 그렇습니다. 두부도 자리를 찾아가거라 거기 아냐 -각자의 물건들은 사적 공간에 보관하는 쪽이 좋습니다.서랍장, 책상 서랍, 침대 옆 협탁은 그런 용도로 쓰일 때가 많지요. 애프터문 스탭들은 각자 캐비넷을 갖고 있어사적 소유물을 각자 보관할 수 있습니다.타인의 캐비넷을 열어보는 일은 가당치 않아요. 그것은 침범하지 말아야할 개인의 사생활이니까. 그러나군단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왜 탐색 왜 점거 다 똑같은 캐비넷이지만제니의 사물함에 대한 저들의 애정은 당황스러우리만치 남다릅니다. 제니꺼 아니라냥니것도 아니라냥 보는 이도 힘들어 보는 냥은 부러워군단들이 왜제니 사물함에 유난히 집착하는지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제니가 서열이 제일 낮다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지만어쨌거나 저들의 집착에제니의 모든 짐은 털범벅입니다. 제니 사물함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기전, 군단들이 바닥에 굴러다녀서 몹시 곤혹스러웠는데 지금은 제니의 사물함만 열어두면 고양이가 정리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출근해서 각자의 사물함에 짐을 넣고제니의 사물함을 활짝 열어두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제니에게 사물함을 하나 더 사줄까 생각했지만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군단이 원하는 것은 ‘니가 원하는 그것’ 이기에사물함이 백 개가 되어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사적 공간이 필요하시다구요.그렇다면 일단 고양이와 먼저 의논해보세요.그들의 생각도 그러하다면당신의 사적공간이 유지될 것이고그렇지 않다면 하늘 아래 그런 곳은 없게 됩니다. 꿈도 꾸지 말라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