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의 열매가 기름진 것은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몸체도 기름지다는 것은 잘 모르는 이야기겠지요. 거친 판을 대패로 깎아낼 때부터 풍부한 광택이 일렁이고기름띠처럼 화려한 나뭇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볼수록 고혹적인 나무예요.호두나무는 천천히 자랍니다.사람의 시간으로 보면 대부분의 나무가 그렇지만그 중에서도 유난히 성장이 느린 나무가 있어요. 열매와 줄기가 충분히 기름질만큼 짙고 느긋하게,호두나무는 찬찬히 성장합니다.그렇게 몸을 키운 흔적은우아한 나이테로 새겨지지요.이 테이블을 만든 호두나무는 백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았습니다.그동안 수많은 다람쥐를 먹여살리고셀 수 없을만큼 많은 새에게 자리를 내주었을 이 나무가 이제는오래도록 누군가의 몸 기댈 자리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그의 한해 한해가호두나무의 촘촘하고 기름진 나이테처럼 풍요롭고 밀도있기를.ps.가구에 흠집이 생겼을 때에는호두를 살살 문질러주세요.호두에서 배어나온 기름이 가구에 스며들어도료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가구를 보호해줍니다. 예전에 호두를 문질러커다란 나무 쟁반을 도장한 적이 있었는데조그만 조각이 뿜어내는 엄청난 유분에 정말 놀랐어요.설마 되겠어, 하며 문질러보았더니손톱만한 두 알로 쟁반 하나를 다 도장할 수 있었습니다.호두는 기름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지요. ps2.이후 다시는 호두를 한줌씩 먹지 않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의 상징, 호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