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애프터문과 관우의 이야기를 좋아하신 기자님이
인터뷰 요청을 하셨지요.
고양이와 개를 돌보며 지내는
공방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과 애프터문 식구 다 함께
북적북적 점심을 먹었습니다.
훈제 오리와 브로콜리, 양송이버섯과 파프리카,
견과류가 들어간 호밀빵 정도는 언제든 갖추어져 있는 집

일 리가 있겠습니까.
계란 한 알 없을 때도 많은데.

인터뷰 전날 저녁에
매드포갈릭 스타일의 화이타를 만들려
오랜만에 장을 봤는데


그게 너무 오랜만이었던지
장을 다 보니 급격한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때때로 요리는 장보기로 시작해
장보기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화이타고 뭐고,
장바구니를 던져놓고 피자를 시켜 먹었지요.
그날 던져진 장바구니가
다음날

이 정도는 늘 집에 있지 않나요 싶은 느낌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훌륭한 재료가 되어주었습니다.
하루 일찍이었으면 계란 한 알 못 내놓을 뻔했어요.

세속의 영역에서 관우에게 무언가를 제공하는 쪽은
우리인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꼭 그렇지는 않나 봅니다.
흥부의 제비가 물고 온 박씨처럼
관우가 물고 온 인터뷰.



금은보화가 들어있는 박이든
진짜 그냥 박이든,